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AI(인공지능)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AI에이전트가 온라인몰에서 쇼핑하는 기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퍼플렉시티가 사람을 대신해AI에이전트가 아마존 온라인몰에서 쇼핑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 운영 중인데,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마존몰에AI에이전트는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의 횡포”라며 반발한다. 본격화할 ‘AI에이전트’ 시대를 앞두고 관련 기업 간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AI에이전트 쇼핑 기능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려는AI기업과, 기존처럼 사람만이 쇼핑할 수 있도록 해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전자상거래 기업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다. AI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하는 행동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 조만간 화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I가 쇼핑하면 광고 수익 올리기 어려워”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에 중지 요구 서한(cease-and-desistletter)을 발송해 퍼플렉시티의 최신AI브라우저 ‘코멧’에 탑재된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구매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로, 일종의 ‘똘똘한AI비서’다. 퍼플렉시티는 이 브라우저를 지난 7월 유료 이용자에게 처음 공개한 뒤 지난달부터 무료 이용자에게로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에이전트가 아마존몰에서 쇼핑할 때 아마존 측에AI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마치 사람이 쇼핑하는 것처럼 행동한 것이 아마존 약관상 ‘컴퓨터 사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또 서한을 통해 “사용자를 대신해 구매하는 제3자(외부) 앱은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며, 참여 여부와 관련해 서비스 제공자(아마존)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퍼플렉시티의 도구가 인간 이용자의 아마존 쇼핑 경험을 저하한다고 주장했다. 퍼플렉시티는 곧바로 반박했다. 자사 블로그에 ‘괴롭힘은 혁신이 아니다’라는 글을 게시하고 “소프트웨어(AI)는 사용자가 손에 쥔 렌치(wrench)와 같은 도구이고, 이를 개인이 소유하는 것을 대기업이 막을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공구를 골라 쓰는 것처럼AI에이전트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에이전트 사용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법적 입장이 아니라, 퍼플렉시티와 같은 혁신 기업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위협 전술”이라고 반발했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퍼플렉시티의 투자자다. 그런데도 두 회사가 날 선 공방을 이어간 배경엔 ‘수익’이 있다. 퍼플렉시티는 에이전트가 대신 해주는 손쉬운 쇼핑 경험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려 한다. 반면 아마존 입장에선 사람이 직접 쇼핑하며 광고를 봐야 광고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미IT매체 ‘더 버지’는 “아마존은 광고를 보게 하고,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고객 경험’을 중시 여긴다”고 했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이 광고 수익을 늘리려고AI에이전트 사용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AI행동 범위 커질수록 갈등 심화 과거에도 AI의 행동 범위를 두고 갈등이 있었다.AI기업의 거대언어모델(LLM)이 기사, 책 등을 무차별적으로 학습에 사용해 콘텐츠 기업과 갈등을 겪었다. 언론사와 작가연합 등은 “AI기업들이 무단으로 창작물을AI학습에 사용한다”고 비판했다.AI가 이미지, 영상도 만들면서 이 갈등은 심해졌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는 챗GPT의 지브리풍 이미지와 영상 생성이 지속되자 오픈AI에 “무단 학습을 멈추라”는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AI의 권한과 능력이 커지면서 갈등도 다양해지고 있다.AI에이전트의 활동 범위가 인터넷 쇼핑은 물론이고, 각종 영역으로 확대되면 여러 플랫폼사와 대립이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에이전트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이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할지 규제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급성장할AI에이전트 시장에서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업체이지만,AI기업이기도 하다. 이용자가 여러 브랜드를 넘나들며 쇼핑할 수 있는 ‘바이포미(BuyForMe)’ 기능과, 제품 추천·장바구니 관리를 수행하는AI에이전트 ‘루퍼스(Rufus)’를 개발·시험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양사 간 충돌이 앞으로 확산할AI에이전트와 관련한 논쟁을 미리 엿볼 수 있게 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조선일보, 2025. 11. 06).
☞AI에이전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는 비서 역할의 AI서비스를 말한다. 스케줄을 관리해 주거나, 인터넷 쇼핑이나 단순한 문서 작업을 대신 해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