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들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려 찬밥 신세이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AI에이전트(비서)가 본격화하며AI가 여러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면서,AI데이터센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CPU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용CPU가 부족 현상을 겪으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AI시대의 인프라 병목에GPU, 메모리에 이어CPU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강자CPU부활 세계 CPU시장을 양분하는 인텔과AMD는 올해 들어CPU가격을 15% 인상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CPU평균 납기 역시 1~2주에서 8~12주로 늘어났다.CPU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CPU서버를 공격적으로 증설 중인 아마존 등AI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이 극심한CPU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키뱅크는 “인텔과AMD는 올해 서버CPU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이미 판매한 상태”라며 “2027년까지 수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과AMD주가는 올 초 대비 각각 74%, 25% 증가했다. CPU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핵심 반도체다.PC·데이터센터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며 오랜 기간 가장 컴퓨팅 시스템에서 중요도가 높은 칩으로 꼽혔다. 하지만AI시대를 맞아GPU의 중요성이 커지며CPU는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GPU는 단순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 장점이 있어,AI의 훈련과 구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AI데이터센터에는CPU1대에GPU가 4~8대가 들어가는 구조였다.AI수요가 급증하면서 지휘관 역할을 하는CPU보다는 병사 역할인GPU가 더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상황을 바꾼 것은AI에이전트의 대두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은 질문을 하면 답을 내놓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지만,AI에이전트는 작업을 계획하고 외부 도구를 호출하는 등 더욱 복잡한 작업을 많이 수행해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조율)’ 작업을 할 지휘관, 즉CPU의 수요도 폭증한 배경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기존AI데이터센터에는GW(기가와트)당CPU코어(연산 처리 장치) 수가 3000만개 필요했지만,AI에이전트 시대에는 1억2000만개로 급증할 것”이라며 “CPU와GPU의 비율도 1대1 내지는 1대2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판도에도 변화 이런 흐름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도 자체 CPU개발 움직임이 불고 있다.GPU최강자 엔비디아는 지난 2월GPU와 함께 제공하던 그레이스, 베라 등CPU를 독립 제품으로 확대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기업Arm은 지난달 창사 35년 만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용 자체CPU인 ‘ArmAGICPU’를 출시했다. GPU에 이어CPU까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는GPU기반AI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가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 있는데,CPU에 들어가는 고성능 범용 D램(DDR5) 수요도 장기적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DDR5는 극심한 물량 부족으로HBM의 수익성을 역전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DDR5수요도 추가로 폭증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신CPU채택 비율 증가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뛰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의 매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조선일보, 2026. 4.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