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보건의료와 융합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같은 디지털 핵심기술이 의료산업들과 융합하며 더욱 촉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 AI 진단 등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용되면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IA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2020년 1525억 달러에서 연평균 18.8%씩 성장해 2027년 508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국이 시장을 선도하고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GIA에 따르면 2020년 시장 점유율은 미국(41.1%) 유럽(27.4%) 중국(8.3%) 일본(5.2%) 순이다. 한국보다 의료환경이 못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늦은 중국마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찍이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환인 원격의료 제도를 시행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1990년 원격진료가 합법화됐고 1997년에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보험도 각 주에 맞게 적용했다. 또한 미국은 IT 기업들이 앞다퉈 디지털 헬스케어에 진출하며 동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플랫폼 구축 데이터를 관리한다. 애플워치는 의료기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받았다. 알파벳은 헬스케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 워치로 이용자의 심장 박동수,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특정 질환의 징조를 미리 파악해 이용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아마존은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2020년 말 아마존 약국을 출범하면서 처방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형성이 늦었음에도 가장 빠르게 원격의료가 성장 중인 국가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의료 인프라 부족의 해결책으로 원격의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원격의료를 도입했고 2018년 온라인 진료와 온라인 병원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IT기업 알리바바는 계열사 알리건강을 중심으로 AI·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구축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온라인 진단, 클라우드 병원, 의약품 배송 서비스 등이 꼽힌다.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헬스케어로 세를 넓히는 동안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신기술에 대한 규제가 기술·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본격적인 원격의료 도입도 요원하다. 관련 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술 혁신과 규제 혁신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13조원의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바이오헬스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규제완화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의료계의 거부감이 크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의학적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병상 수를 보유했고 의료 인프라도 잘 조성돼 있는 만큼 원격의료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발달로 과거 의료기관과 환자 중심으로 이뤄졌던 의료 시장은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IC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치료뿐 아니라 미래 예측 등 질병 예방 영역까지 넓힐 수 있다. 정부와 IT기업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난제를 풀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