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증기기관과 방직기계의 도입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지만 거센 저항도 뒤따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다. 당시 방직산업의 숙련 노동자들은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공장 기계를 파괴하며 저항했다. 비슷한 사례가 ‘적기조례(Red Flag Act)’다. 1865년 영국 의회는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 산업과 기존 교통체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3명의 운전수를 두고 자동차 앞에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가도록 의무화했다. 자동차 속도도 마차 속도로 제한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해 독일과 미국 등에 뒤졌고 세계 산업 패권도 점차 잃었다. 기존 이해관계로 기술혁신을 막은 결과가 대영제국 쇠락의 한 원인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AI 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며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래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은 AI와 로봇을 얼마나 빠르게 산업 현장에 적용하느냐다. 글로벌 기업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물류센터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제조현장에 AI 로봇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대규모 투입하고 연간 3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현대모비스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생산시설도 미국 현지에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전체가 미국 중심의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공장 도입은 노조 반대와 고용 불안 우려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한 대의 로봇도입도 반대하고 있으며 유사한 현상이 타 첨단제조업으로 확대하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현장노동자의 고용 안정 요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술혁신 자체를 막는다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와 투자 해외 유출이라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제조업에서 피지컬 AI와 로봇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 향상, 품질 안정화, 산업재해 감소, 고령화 대응 등 국가 경쟁력 전반과 직결된다. 특히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로봇 자동화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AI 로봇 없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업 생태계 자체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로봇 생산과 운영 데이터,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되면 한국 제조업은 하청기지로 전락한다. 과거 적기조례가 영국 자동차 산업 쇠퇴를 불러왔듯 오늘날 한국이 AI 로봇 도입을 머뭇거린다면 미래 제조업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사회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AI와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협력하는 생산 파트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첨단분야 생산현장에서는 AI 기반 자동화와 무인공정 확대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정부는 AI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과 세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도 단순 반대가 아니라 직무 전환과 재교육 중심의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로봇 도입 과정에서 노동자 재교육과 안전망 구축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러다이트 운동과 적기조례의 교훈은 분명하다.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변화에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인가 AI 혁명 시대의 승자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 나라가 될 것이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