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고도성장의 대표 주자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네 마리 용 중 가장 앞서 달리던 한국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반면,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만이 약진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5.1%로 대폭 상향했다. 싱가포르의 2분기 GDP가 4.4% 증가했고 연간 성장률 전망을 기존 0~2.0%에서 1.5~2.5%로 올렸다. 홍콩도 2분기 수출·소비 증가세에 힘입어 3.1%의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혁신 지체와 규제 부담, 내수 침체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갇혀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은 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한국은행도 건설 투자와 내수 부진,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을 고려해 0%대 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을 했다. 한국은 이미 2014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4만 달러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2년 늦췄다. 우리보다 늦은 2021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한 대만은 내년 4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넘사벽’이라 불렸던 한국이 대만보다 3년 뒤처지는 셈이다. 대만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주도하는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은 AI 서버용 칩과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완벽히 대응하며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대만의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24.04% 증가한 589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와 달리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만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67.6%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7.7%에 그쳐 3위 중국 SMIC(6%)와 큰 차이가 없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의 위상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올해 27위로 전년 대비 7계단 하락했다. 기업 효율성 분야가 크게 악화했고, 기회·위협 대응 항목은 17위에서 52위로 급락했다. 싱가포르(2위), 홍콩(3위), 대만(6위)은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뒤처진 원인은 먼저 혁신 투자 부진이다. 대만이 AI, 파운드리 등 신성장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기존 주력 산업에 의존한다. 다음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산업재해 사고에 따른 강력한 규제는 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규제는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 내수 침체와 생산성 정체도 원인이다. 고령화, 청년 실업,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소비와 투자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정치·사회적 불안정과 잦은 정치적 충돌과 사회 갈등은 장기 전략 추진을 어렵게 하고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준다. 한국이 다시 도약하려면 정부는 장기적 산업 전략을 세우고 AI·바이오·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규제를 혁파하고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높여 기업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미국·유럽·동남아 등과 다변화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단기 실적에서 벗어나 R&D와 인재 확보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서비스 차별화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ESG 요구에 맞춰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창의성과 유연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청년층의 도전 정신을 살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혁신 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