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핵심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산업계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기술유출로 기소된 사건은 총 396건에 달하며, 이 중 32%는 국가 핵심 첨단기술이 관련된 중대 범죄다. 피해 규모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3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술유출 검거 사건 27건 중 20건, 74%가 중국과 연관돼 있다. 핵심 기술이 주로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한국 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중국에 추격당하거나 역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기술유출의 수법 또한 날로 지능화·다양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중국은 과거 단순한 인력 스카우트에서 벗어나, 3배의 고액연봉 제시, 위장 신분·위장회사 고용·NPE(특허관리전문회사) 설립 등 치밀하고 조직적이다. 특히 기술유출 범죄의 핵심 타깃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더 위협적이다. CXMT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단기간에 D램 공정을 완성하고, HBM2 개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지 경제적 손실을 넘어, 국가 기술주권이 침해받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다. 우리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반도체, 철강, 조선, 정보통신 등 76개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고 대응을 강화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도 내부 보안 점검과 퇴직자 취업 제한, 외부 생성형 AI 사용 금지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적인 한계를 드러내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경찰청 등 수사기관도 이미 이러한 지능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검찰은 자체 개발한 소스코드 유사도 분석 프로그램과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기술유출의 증거를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기술유출 사건이 알려질 경우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고소·고발을 꺼리고, 수사기관 역시 전문성 부족과 인력난, 피해액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빠른 대응에 한계가 있다. 간혹 사건이 장기화 되면 증거 확보는커녕 기업 피해만 누적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경제 스파이 법을 통해 영업비밀 절도 시 최대 15년형까지 처벌하며, FBI와 각 주 정부 기관이 기업과 상시 협력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만은 기술유출을 간첩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가한다. 유럽연합은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외에도 산업기밀 보호 지침(Trade Secrets Directive)을 통해 기업 내부자 통제 및 정보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국가경쟁력을 팔아넘기는 중대한 범죄이다.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단순한 산업 스파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간첩 행위다. 한국 역시 기술유출을 단순한 산업범죄가 아닌 안보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현재 간첩죄는 ‘적국’에 한해 적용되며, 중국 같은 경쟁국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 전체로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정치권의 이견으로 중단됐다. 이제 더 이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 기술은 국가의 생존력이며, 기술유출은 그 생명선을 끊는 행위다. 이제 기술 보호는 기업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새 정부는 핵심 기술유출을 매국 행위로 보고 철저한 예방 대책 수립은 물론 관련 법령을 정비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기술유출 시 간첩죄를 적용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검찰·국정원·관세청·특허청 등 관계기관 간 실시간 정보공유와 과학수사 체계를 확대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신속 대응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국제 공조 또한 절실하다. 미국·일본·EU 등과 ‘기술 보호 동맹’을 구축해 불법 기술이전과 산업기밀 침해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