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不老) 주사를 맞기 위해 일본 도쿄를 찾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줄기세포 원천기술과 세포배양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정작 국내에서는 엄격한 제도와 규제로 인해 환자와 기술,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롱제비티(Longevity)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노화를 예방·관리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세포치료와 유전자 기술,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술이 융합되면서 롱제비티는 의료를 넘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재생의료 관련 법을 제정한 이후 의료현장 중심의 재생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롱제비티 산업을 선도해 왔다. 병원에서 세포배양과 치료를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축적되는 임상 데이터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한 결과 세계 각국 환자들이 일본을 찾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 재생의료 산업의 상당수 핵심 기술이 한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여러 재생의료기관이 한국 기업의 세포배양 기술과 표준운영절차(SOP)를 활용하고 있으며 핵심 배양공정 역시 한국 기술이 담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술은 한국이 앞섰지만 시장은 일본이 선점하는 역전 현상이 이어져 왔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기본계획은 매우 의미가 크다. 정부는 해외 원정치료 수요가 높은 무릎 골관절염, 난치성 만성통증, 혈액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등을 대상으로 국가 주도의 다기관 임상연구를 추진하고 안전성이 축적된 세포치료는 위험도를 조정해 치료 현장 적용을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심의체계를 개선하고 재생의료기관 관리도 강화하는 등 안전성과 산업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고액을 들여 치료받던 재생의료를 국가 안전관리 체계 안으로 가져오겠다는 정책 방향은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완화와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객관적인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정책은 국민 안전과 산업 발전을 동시에 고려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롱제비티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다. 미래 바이오산업은 의료기술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링, 스마트워치 등이 수집하는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 수면, 혈당 등 다양한 생체정보를 AI가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롱제비티는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AI, ICT, 디지털 헬스케어가 융합되는 대표적인 미래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와 AI 기술, 의료 수준, 바이오 연구역량을 동시에 갖춘 국가다. 정부의 정책이 잘 추진되면 병원과 대학, 기업,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바이오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실행되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임상연구와 치료, 데이터 축적,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해외 원정치료는 국내 치료로 전환되고,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AI 기반 정밀의료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령사회는 대한민국의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K-반도체, K-콘텐츠, K-바이오에 이어 이제는 K-롱제비티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신속하게 현장에 안착하고 바이오와 AI, ICT가 융합된 K-롱제비티 산업이 조기에 정착한다면 대한민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롱제비티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것이다. 이제 K-롱제비티의 꿈을 실행으로 완성할 때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