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가 심화되면서 일상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글로벌 핫이슈다.
기존 AI보다 진일보한 대화 능력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성은 물론 로스쿨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하며 AI 시대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챗GPT 만이 아니다. 기계 번역과 음성인식, 자율주행 등 다양한 AI 기술도 빠르게 확산·활용되고 있다. AI 의사와 AI 변호사, 최적의 패턴을 읽고 예측하는 등 전문서비스가 등장했다.
반면 이 같은 변화로 인한 새로운 부작용과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존 법제도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서비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법률과 정책, 규범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미국(AI 권리장전), 일본(인간중심 AI사회원칙), 프랑스(디지털공화국법) 등 주요국은 디지털 심화기에 대응한 기본규범과 원칙을 제안하는 등 디지털 신질서에 대한 주도권을 향한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12월 열린 OECD 디지털 장관회의에서 디지털 정책 현안과 방향성을 담은 ‘OECD 디지털 장관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시대 대응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로봇 등이 불러올 사회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과 인류 보편가치를 담은 규범을 수립해서 국제사회에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디지털 심화’ 시대에 대비한 명확한 글로벌 규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신질서 정립은 급변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우리나라가 주도하겠다는 포석의 일환이다.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먼저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권리장전’을 오는 9월까지 마련한다. 디지털 권리장전에는 디지털 심화의 비전·목표, 추구해야 할 보편 가치, 시민, 기업, 정부 등 주체별 권리와 책임, 디지털 심화 쟁점 해소를 위한 공통기준·원칙 등을 규정한다.
이후 정부는 디지털 시대 사회·경제적 원칙과 디지털 혁신 가속화 등을 종합 규율하는 ‘디지털사회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각 부처에서 소관 분야 디지털 심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한 법령, 제도, 규제혁신 정책과 기본원칙을 종합·반영할 방침이다.
기본법과 기본계획에 따라 부처별로 디지털 심화 시대 대응을 본격화한다. 기획재정부는 로봇세, 디지털세 합리성 등을 종합 검토하고, 고용노동부는 온라인플랫폼사와 노동자 간 관계 정립,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의 사고책임 등을 종합 검토해 이슈·쟁점별 신질서를 정립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학계, 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도 구성 예정이다.
디지털 질서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디지털 공론의 장’도 8월까지 구축한다. 디지털 심화 현상에 대한 범정부 대응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도출하는 ‘디지털 심화 대응 실태조사’도 연 1회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성과는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우리 입장과 정책을 적극 반영하고 ‘OECD 디지털 미래 포럼’을 신설해 디지털 의제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를 강화하는 등 디지털 신질서를 형성하는 데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디지털 신질서 논의는 K디지털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심화 시대의 모범국가로서 글로벌 디지털 규범 논의(룰셋팅)를 주도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