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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제목AI와 전쟁, 최소한의 국제규범은 마련돼야2026-04-08 07:30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은 공상과학이 아닌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 전쟁이 병력과 화력 등 물리적 우위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오늘날 전쟁은 ‘누가 더 정교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보유했는가’에 의해 좌우되는 ‘알고리즘 전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AI 기반 위성영상 분석이 적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자율 드론이 전자전 환경에서도 목표를 식별·타격한다. 중동 지역에서는 방대한 감시 데이터를 AI가 융합·분석해 공격 대상 후보를 자동으로 도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킬 체인(보고-승인-공격)’에서 ‘킬 웹(Kill Web, 모든 정보 동시 연결 즉시 공격)’ 구조로 진화하고 전장의 템포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AI는 위성, 신호정보, 드론, 레이더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지휘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작전 수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다영역 통합작전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전쟁은 ‘속도의 경쟁’으로 재편되고 인간의 개입 여지는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군사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목표 식별 정확도는 높아지고 병력 손실은 줄어들며 작전 수행 속도는 극대화된다.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윤리적·정치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의사결정 속도가 기계 수준으로 단축되면서 오판의 위험 역시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민간인 피해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AI 모델이 전쟁 시나리오에서 핵 사용을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사 이전 선제 무력화(left of launch)’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인간이 개입할 시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며 정치·안보 경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AI 전쟁의 찬성론자들은 AI가 전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하여 오히려 민간인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대국이 AI를 군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곧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현실주의적 논리를 제시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AI의 편향성과 오류 가능성은 오히려 민간인 피해를 확대할 수 있으며 전쟁 수행의 문턱을 낮춰 분쟁을 더욱 빈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핵심 쟁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통제와 책임’의 문제다. AI는 이미 전쟁의 현실이 됐고 이를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사회는 최소한의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구속력 있는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준하는 수준의 국제 합의 없이는 AI 군비 경쟁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모든 치명적 군사 결정에는 반드시 ‘인간 개입 원칙(Human-in-the-loop)’이 확립돼야 한다. AI는 어디까지나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하며 최종적인 생사 결정 권한은 인간이 가져야 한다. 핵무기와 같은 전략 무기 사용 결정에서 AI의 개입을 배제하는 원칙은 국제사회가 반드시 합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아울러 AI 기술의 상당 부분이 민간에서 개발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윤리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과 통제를 내재화하는 ‘책임 있는 AI’ 원칙이 산업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 AI는 전쟁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전장의 자동화가 가속될수록 우리가 더욱 지켜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성이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