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AI가 영상을 만들고 스스로 자막을 다는가 하면 진료도 하고 요리도 한다. 이런 변화는 ‘AI 스타트업’ 약진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거대 자본과 대기업이 개발하는 ‘초거대 AI’ 혁신은 쉽게 체감되지 않는 것이 사실. 원천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내놓는 분야별 스타트업이 각광받는 배경이다.
자동 번역·자막…‘AI 더빙’도 OK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단연 ‘콘텐츠’다. 글만 작성해주는 것이 아니다. 음성 합성, 영상 제작, 가상 인간 창조 까지 이제는 AI가 알아서 만드는 세상이 됐다.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스타트업에 쏟아지는 관심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국내 AI 스타트업은 69개. 이 중 20개가 AI를 기반으로 사진·음성·영상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영상’ 관련 AI 스타트업이 많다.
누적 투자 유치액이 500억원에 달하는 ‘수퍼톤’이 대표적이다. 특정 인물 음성과 창법 등을 딥러닝한 AI가 해당 인물 목소리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기술을 보유한 AI 오디오 기술 전문 기업이다. 고인이 된 가수 목소리로 최신 가요를 녹음하거나 국내 드라마를 외국어로 더빙할 때 원래 배우 목소리를 합성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 목소리를 영어·일어·중국어 버전 등으로 구현해내는 식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카지노’에서는 수퍼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해 배우 최민식의 30대 시절 목소리를 재현해내며 화제몰이를 했다.
해외 영상을 AI가 자동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AI 동영상 자막 자동 제작과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보이스루’다. 카카오 글로벌 웹툰 자회사 ‘카카오픽코마’가 올해 1월 200억원에 인수했다. AI 기반으로 더빙 번역문을 생성하고 여기에 원작 배우 목소리까지 모사해주는 ‘허드슨에이아이’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번역가나 성우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 영역도 AI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셰프 요리를 동일한 맛으로 재현하는 ‘인공 셰프’ 솔루션 ‘비욘드허니컴’, 법률 소송과 행정 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큐빅솔루션’ 역시 올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AI 스타트업이다.
광고·마케팅 쪽에서도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모델과 상품컷을 이용해 다양한 사진을 자동 생성하는 ‘루그스튜디오’, 사진을 넘어 AI 기반 광고 영상을 만드는 ‘브이캣’, 창의성이 필요한 마케팅 문구와 카피를 뽑아주는 ‘뤼튼’,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면 배너 같은 광고 콘텐츠를 알아서 만들어주는 ‘크롤로’, 쇼핑몰 상품 상세 이미지를 AI가 만드는 ‘샐러캔버스’ 등이다.
[헬스케어] 의료계 ‘디지털 전환’
질환 진단부터 알약 카운팅까지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그야말로 혹한기다. 하지만 ‘헬스케어’ 분야는 예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금은 약 2113억원. 콘텐츠와 반도체 등에 이어 세 번째 순위다. 특히 AI를 활용한 ‘진단 분야’ 기업이 핫하다. AI로 질환 여부를 파악하거나, 발생 위험을 예측해주는 식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뷰노’와 ‘루닛’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각각 2021년과 2022년 기술 특례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최근 주가 역시 급등 중이다.
뷰노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의료 기기 전문 개발 기업이다. 혈압·맥박·호흡·체온 등 데이터를 수집해 심정지 발생 위험을 점수로 보여주는 ‘딥카스’가 주력이다. 딥카스는 지난해 8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1호로 지정돼 시장에 나왔다. 여기 힘입어 출시 1년 만에 전국 34개 병원에 도입됐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굵직한 대학 병원은 대부분 딥카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AI 딥러닝 기반 엑스레이(X-ray)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유방촬영술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와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이 대표적이다. 루닛은 매년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AI 학회에 참석, 기술력을 검증받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를 도입한 해외 의료기관 수는 벌써 2000곳이 넘는다.
AI 기술은 진단 분야 외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용 중이다. 예를 들어 ‘테서’는 ‘환자 친화적 의료 플랫폼’을 개발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지, 조직 검사 결과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복잡한 의학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꿔주는 서비스 ‘온톨’을 제공한다.
‘메딜리티’는 AI로 약국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알약 카운팅 앱 ‘필아이’는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 시 최대 1000정의 알약을 99.99% 정확도로 셀 수 있다. 손으로 일일이 알약을 세야 했던 의료 종자사 고충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아이 가입자는 현재 전 세계 225개국 40만명, 월 이용자도 15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56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AI 기반 근골격계 진단·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팀엘리시움’도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각도기와 줄자 같은 여러 재래식 진단 도구를 대체할 솔루션을 개발 중인데, 여기에 2·3차원 영상을 분석하는 AI 기술이 활용된다. 투자금으로 향후 골격계 질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 기기(DTx)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무용 솔루션은 무거울 필요 없어”
챗GPT가 인기를 끌며 업무에 대규모 언어 모델(LLM) 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 데이터 유출과 비싼 비용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AI 스타트업들은 이런 수요에 발맞춰 ‘기업 맞춤형 LL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소형 대규모 언어 모델(sLLM)’이다.
AI 기술 스타트업 ‘포티투마루’가 올해 5월 선보인 ‘LLM42’가 대표적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LLM42를 ‘스페셜리스트’라고 표현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만 전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초거대 AI 모델 약점으로 꼽히는 ‘환각 현상(신뢰도 오류)’을 제거할 수 있다. 기업은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의사 결정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어 인지 검색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도 기업 맞춤형 sLL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거나이즈는 ‘알리 LLM 옵스’를 토대로 금융·보험·제조기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업마다 필요한 언어 모델을 선택한 후 개발자가 필요 없는 ‘노코드 기반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노무라증권과 SMBC 등 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생성형 AI 서비스 ‘아숙업(AskUp)’으로 잘 알려진 ‘업스테이지’도 B2B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업스테이지가 자체 개발한 LLM 모델은 언어 모델들 성능을 평가하는 ‘허깅페이스 성능 평가’에서 최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기업 메타가 만든 ‘LLM 라마1’을 파인튜닝(미세조정)한 결과물로, 튜닝 과정에서 사용된 학습 데이터 품질을 정교화한 것이 노하우로 꼽힌다.
[핀테크] AI 세금 신고·보험 관리
불리오 ‘AI 애널리스트’ 급등주 분석
금융 AI 서비스도 고도화 중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기관은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독자 개발한 AI 서비스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2016년 설립한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지금까지 2156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소프트뱅크그룹 본사로부터 약 17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00% AI가 운용하는 ETF를 상장시켰다. 개별 주식뿐 아니라 펀드를 선택할 때도 뛰어난 자문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4월 미래에셋증권과 AI 금융 투자 서비스를 공동 연구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최근에는 하나은행이 크래프트 AI 기술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를 도입해 고객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한·기업·부산·경남은행 등에도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알파로직’은 유진투자증권과 함께 지난 5월 AI 종목 추천 서비스인 ‘차트메이커’를 선보였다. 유진투자증권이 운영하는 HTS와 MTS를 통해 AI 종목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트 모양이나 기업 재무제표뿐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 시장 변화 흐름을 AI 기술로 분석, 투자 진입과 청산 시기를 알려준다.
AI 스타트업 두물머리 챗봇 ‘불리오’는 챗GPT와 금융 데이터를 연동해 ‘기업 맞춤형 AI 애널리스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수많은 뉴스와 키워드를 재무 데이터와 연결해 기업 경제 가치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요약 분석하는 대화형 AI다. 챗GPT 등 일반 대화형 AI에서 나타나는 ‘주식 분석 신뢰도 부족’ 문제를 특화된 AI 애널리스트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 외에도 대출·세금·보험 등 여러 금융 영역에서 AI 핀테크 스타트업이 맹활약하는 모습이다.
대출 중개·관리 스타트업 ‘핀다’는 최근 JB금융그룹과 500글로벌로부터 총 47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AI를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과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 중이다. ‘택스비’는 AI 기반 개인사업자 세금 신고 앱이다. AI가 자동으로 세무 장부를 작성하고 국세청 세금 신고도 지원하는 서비스다. 보통 1인 사업장이나 초기 소상공인은 세금을 내기 위해 세무사를 선임해 절차를 위탁하는데, 이를 AI로 자동화했다. 보험 쪽에선 ‘라이프캐치’가 눈에 띈다. AI 기반 보험금 청구 자동화 서비스로, 소멸 시효 3년 이내 모든 의료 기간 미청구 보험금을 AI 알고리즘이 추출해 무료 조회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외에 ‘놓친 보험금’ ‘보장분석’ ‘보험사기 탐지’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에듀테크] AI로 ‘맞춤형 교육’
영어도 수학도 이제 ‘AI 선생님’
학습 시장 역시 생성형 AI 등장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다. 핵심은 ‘맞춤형 교육’이다.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수준이 저마다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투자도 몰린다. 전 세계 7000만명 이용자를 보유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매스프레소’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매스프레소가 운영 중인 ‘콴다’는 모르는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촬영하면 AI가 판독 후 5초 이내에 문제 풀이와 관련 유형, 개념 영상 등 맞춤형 콘텐츠를 학생에게 제공해준다. 특히 문제에 있는 수식이나 글자, 도형 같은 것들을 인식하는 AI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스프레소는 이런 서비스의 우수함을 증명하듯 2022년 12월까지 진행됐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총 770억원으로 마무리했다. AI로 일대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당 PT’ 운영사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역시 최근 디지털 교과서 업무협약을 맺은 YBM을 비롯해 총 15개 투자자로부터 63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해냈다.
딥브레인AI ‘스픽나우’는 AI 튜터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외국어 학습을 돕는다. 세계 최초 AI 영어 회화 학습 서비스로 2개월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가상 인간이 탑재된 교육용 솔루션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딥브레인AI 가상 인간은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중국어·스페인어·힌디어·베트남어·아랍어 등 전 세계 50개 이상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생성형 AI ‘챗GPT’를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도 여럿이다. 아티피셜소사이어티의 ‘젠큐’는 짧은 문장을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교육용 지문이나 서술형 평가 문제 등 교육용 콘텐츠를 빠른 시간 안에 생성해낸다. 비브리지의 ‘슬리드’ 역시 챗GPT를 활용한 AI 솔루션이다. 슬리드는 영상 캡처, 음성 녹음 등 자료를 활용해 ‘교육 영상 노트’ 작성을 돕는 서비스다. 챗GPT 접목을 통해 학습자가 작성한 노트 요약이나 관련 질문 등을 생성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최근 25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 밖에도 유아·초등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블러스(서비스명 주다타운)’, 수학 교육에 특화된 ‘튜링(수학대왕)’, 직장인을 공략한 면접 준비 AI 스타트업 ‘두들린(아이엠터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매일경제, 2023. 7.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