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은 단순히 모델의 크기를 겨루는 단계를 지나, 기술 생태계 선점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지형도를 재편했던 오픈소스가 AI 분야로 확산되면서, 기술 공유를 넘어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던 초기 생태계에 중국 기업들이 파격적인 성능과 저비용 모델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면서, 오픈소스 AI를 둘러싼 글로벌 주도권 다툼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최근 발간한 ‘오픈소스 AI 개념 및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 동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미·중 2강 체제 뚜렷…치열한 패권 다툼 전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 동향은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뚜렷하다. 또 이러한 경쟁 구도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패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초기 오픈소스 AI 생태계는 메타(Meta)의 ‘라마(Llama)’와 구글(Google)의 ‘젬마(Gemma)’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며 기술적 우위를 점해 왔으나, 최근 딥시크(DeepSeek)와 알리바바(Alibaba)를 필두로 중국 기업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실질적인 데이터 수치가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준다. 2025년 7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최대 AI 모델 공유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 내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약 3억 4,900만 건을 기록하며 미국 모델의 3억 3,400만 건을 추월하는 ‘더 플립(The Flip)’ 현상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성능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중국 모델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상용 서비스를 챗GPT 대비 최대 30분의 1 수준까지 비용을 낮추면서도 벤치마크 성능에서는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결과를 내놓으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AI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ATOM(America Truly Open Model)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1만 개 이상의 GPU와 1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이면에 미·중의 AI 주도권 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각국의 주요 기업들은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자사 제품 및 서비스의 지능화를 가속화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두고 있다.
진정한 오픈소스 AI 두고 표준화 경쟁도 오픈소스 생태계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진정한 오픈소스 AI는 무엇인가’를 두고 표준화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기존의 SW 중심 정의로는 데이터와 매개변수가 핵심인 AI의 특성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이러한 논의를 주도하는 두 축은 오픈소스 이니셔티브(OSI)와 리눅스 재단이다. 먼저 OSI는 2024년 10월, ‘오픈소스 AI 정의(OSAID) v1.0’을 발표하며 기준을 제시했다. OSI의 정의는 자유소프트웨어의 정신을 계승해 사용, 연구, 수정, 공유라는 ‘4가지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수정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설명과 출처, 학습 및 실행에 사용된 전체 소스코드, 그리고 모델의 매개변수(가중치)를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메타의 라마나 구글의 젬마 등은 학습 데이터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거나 상업적 이용에 제약을 두어 ‘오픈소스 AI’가 아닌 ‘오픈 웨이트(Open Weights)’ 모델로 분류된다. OSI는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통해 투명성과 재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리눅스 재단은 실무적이고 정량적인 관점의 ‘모델 개방성 프레임워크(MOF)’를 통해 접근한다. MOF는 AI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를 코드, 데이터, 문서 등 3대 범주에서 17개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또 각각에 적용된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개방성을 평가한다. OSI가 ‘충족 또는 불충족’이라는 이분법적 평가를 내린다면, 리눅스 재단은 개방 정도에 따라 클래스 1(오픈 사이언스), 클래스 2(오픈 툴링), 클래스 3(오픈 모델)으로 등급을 매겨 모델 사용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모델을 유연하게 선택하게끔 한다. SPRi는 보고서를 통해 리눅스 재단의 방식은 복잡한 AI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점수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모델 간의 개방도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실천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韓, 오픈소스 AI 기술 자주성 확보 위한 기반 다져야 숨 막히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우리나라 역시 오픈소스 AI를 전략적 수단으로 삼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SPRi가 발간한 보고서 내 유명 AI 모델(Notable AI Models)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AI 모델 보유 수 기준 10위(17개)를 기록하며 글로벌 AI 경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요국 중 우리나라 오픈소스 모델 비중이 58.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 개발보다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통한 기술 확산과 검증에 더 활발히 참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우리나라 오픈소스 AI 동향은 활용을 넘어 ‘기술 내재화’와 ‘산업 특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하반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통해 7개의 새로운 오픈소스 모델이 추가되면서 국내 전체 모델 수는 24개, 오픈소스 모델 수는 17개로 증가하는 등 양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픈소스 AI를 전략적 기술 원천으로 활용해 해외 상용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어에 특화된 고성능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기술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중소기업의 AI 전환(AX)을 돕기 위한 도구로서 오픈소스 AI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 여건이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의 오픈소스 활용률은 78%로 대기업(67%)보다 높게 나타나며, 이들에게 오픈소스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SPRi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오픈소스 모델 경량화 및 최적화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별 특화 기술로 재설계하는 R&D를 강화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할 시점”이라면서 “특히 오픈소스 AI 전문인력을 양성해 선진 기술을 내재화하고 산업 현장 중심의 활용 역량을 강화해 범국가 AI 대전환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아이티데일리, 2026. 2.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