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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제목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과학기술과 그 인재다2026-03-16 22:34

  국가의 힘과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 즉 인재다. 전 세계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과학 인재 확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첨단산업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고 해외 인재 유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 8000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2024년 미국 취업이민비자(EB-1·EB-2)를 취득한 한국 고급 인재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조적으로 인재 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두뇌유출) 지표도 적신호다.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의 국가별 두뇌 유출 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20년 28위에서 2025년 48위로 20계단 추락했다. 한국은 5년간 크게 하락해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AI 분야 인재 유출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AI 인재 순유출 규모에서 OECD 1위를 기록했는데 국내 AI 인력의 16%가 해외(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고급 인재의 국내 유입은 제한적이다. 우리의 경우 첨단 분야 전문인력 비자(K-테크 패스) 등 이민 우대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세계 100위 대학 졸업·글로벌 500대 기업 경력·연봉 1억 4000만원 이상 등 까다로운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요건 때문에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 과도한 자격 요건과 낮은 보상 수준이 걸림돌이다. 세계적으로 첨단 인재는 보상과 연구 환경을 기준으로 이동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재 유치는 규제보다 생태계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대표적으로 인재 선순환 구조를 갖춘 국가다.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명문대에서 세계 최고의 공학·과학 인재를 배출한다. 이들은 졸업 후 창업과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첨단 분야 연구로 다시 산업 혁신을 이끈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 존중 문화와 파격 보상 체계로 유명하다. 구글, 앤비디아 등은 핵심 AI 인재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그 결과 기술 인재가 기업 가치 창출의 중심에 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장기 성장의 원천”이라 강조했다. 중국 역시 과학기술 중심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1978년 덩샤오핑은 “과학기술은 제1의 생산력”이라 선언했다. 이후 대규모 R&D 투자와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을 병행했다. 칭와대, 북경대 등은 이공계 중심 엘리트 양성의 핵심 기관이다. 중국 지도부 다수가 공학·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장쩌민(전력공학위), 후진타오(수력공학), 원자바오(지질학), 시진핑(화학공학) 등 체제의 핵심 관료들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다. 이는 국가 엘리트 구조가 과학기술 중심임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법조·의료계 중심 엘리트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산업 구조는 첨단기술을 요구하는데 이공계 인재는 의료 분야로 쏠리고 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 상위권 다수가 의대를 선택했다. 순수 과학기술 분야 선택 비율은 크게 낮다. ‘한국 최고 이공계 대학’이라는 카이스트(KAIST)에서도 최근 3년간 재학생 182명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자퇴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인재 미스매치이다. OECD는 “고급 첨단과학기술 인력 확보가 미래 성장의 결정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위해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획기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성과와 직무 중심의 연봉 및 스톡옵션 제도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박사급 핵심 연구자에게는 글로벌 수준의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 또한 전환돼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기술 창업가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해외 유출 인재의 귀환을 위한 적극적 리쇼어링 정책이 요구된다. 외국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이민 문호도 전략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인재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일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