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한 ‘2024년도 기술수준 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뼈아프다. 11대 분야 136개 핵심 과학기술과 50개 국가전략기술을 평가한 결과 2022년의 기술 수준은 미국(100), EU(92.3), 중국(86.5), 일본(85.2), 한국(81.7) 순이었다. 한국은 5위였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평가에서는 미국(100), EU(93.8), 중국(86.8), 일본(86.2), 한국(82.8) 순이다. 한국은 2년 전 중국에 역전당한 후, 중국은 2위권을 공고히 하며 우리와 격차를 벌렸다. 50개 국가전략기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에는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기술이 17개였으나 2024년에는 단 6개에 불과하다. 불과 2년 사이 11개 기술에서 우위를 상실한 것이다. 미국과의 격차는 3.2년에서 2.8년으로 0.4년 줄였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0.8년을 단축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속도가 한국의 두 배에 이른다. 특히 상징성이 큰 이차전지의 경우 2022년 한국은 중국을 0.9년 앞섰고 세계 1위였다. 그러나 2024년 평가에서는 중국이 1위로 올라섰고 한국은 오히려 0.2년 뒤처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2022년에는 우리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2024년에는 기술 수준에서 중국이 91.5%, 한국이 91.2%로 역전됐다. 수치상 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전략기술의 상징성을 감안 하면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인공지능(AI) 분야는 더 심하다. 미국 대비 한국은 80.6% 수준, 기술 격차는 2.1년으로 평가됐다. 중국은 93% 수준으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AI는 단일 산업이 아니라 양자, 로봇, 첨단 바이오 등 모든 전략기술의 가속화 하는 엔진이다. AI에서 뒤처지면 전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약진은 우연이 아니다. 압도적 투자다. 최근 수년간 연간 1조 위안(약 200조원)을 넘는 R&D 자금을 투입했고 연구 인력만 140만명 이상이다. 국가급 R&D 플랫폼도 470여개에 달한다. 상위 1% 영재를 조기 선발해 학부 단계부터 연구 현장에 투입하는 인재 전략이다. 연구의 ‘속도’와 ‘밀도’면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규제 완화, 대규모 실증 테스트가 신속하다. 반면 우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먼저 기초과학 기반의 취약하다. 응용과 상용화에 강점이 있지만 원천기술의 토양이 약하다. 단기 성과 중심의 R&D 구조, 정권에 따라 연구주기 및 예산 구조와 과제가 바뀌고 중장기 축적이 어렵다. 인력난과 이공계 기피 현상과. 우수 인재가 의대와 법조계로 쏠림, 연구자의 처우와 안정성은 충분하지 않다. 규제 지연과 실증 인프라 부족으로 신기술의 시험 및 확산 속도가 느리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지속되면 격차는 일시적이 아니라 영구적 열세로 굳어질 수 있다. 기술 패권은 더 이상 산업 경쟁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이고 국력이며 국가의 미래다. 국가 전략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와 기업, 학계와 연구자가 국가적 사명감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확대하고 단기 성과 평가를 완화하며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를 보장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초거대 AI 인프라, 데이터 개방, 컴퓨팅 자원 지원으로 AI를 전략기술 전반의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 ‘선허용·후규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기술 상용화의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공계 장학생 확대, 박사후 연구원 처우 개선, 해외 우수 인재 유치 등 인재 전략을 전면 개편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기업 역시 단기 수익 중심에서 벗어나 미래 핵심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연구소와의 공동 연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넓히고 ESG 경영과 기술 혁신을 결합한 가치 창출이 팔요하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