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로봇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족보행 로봇이 이제는 공장과 물류센터, 가정으로 스며들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무섭다. 세계 1위 휴머노이드 기업으로 부상한 애지봇은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고 글로벌 2위 유니트리 역시 국내 유통망을 통해 대중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테스트베드와 지역별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제조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전방위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을 내재화한다. 중국 가전 대기업 메이디는 2016년 독일의 쿠카를 인수했다. ‘기술 흡수 후 확장’ 전략은 휴머노이드 시장 진입의 발판이 됐고 대량보급을 통한 시장 선점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굴기’는 단순 저가 공세가 아니라 관절(액추에이터), 보행 제어, AI 융합 기술 등 핵심 영역에서 기술 수준이 빠르게 선도권에 접근하고 있다. 대규모 내수시장을 실험장 삼아 기술을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정부 주도로 테스트베드와 지역별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제조 현장에 로봇을 직접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다음은 과감한 자본 투입이다. 최근 수년간 수천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로봇 스타트업이 20곳을 넘었고 상장 추진도 활발하다. 반면 우리는 국내 로봇기업의 다수가 영세하고 연구개발 실적이 없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제조로봇 부품 국산화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모터·센서·제어기 등 핵심 부품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고에너지 밀도의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심장’이 될 전략 품목이다. AI 반도체와 5G·6G 네트워크 기술은 피지컬 AI 구현의 토대다. 제조 현장 자동화도 세계 최고다. 이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로봇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AI, 반도체, 배터리, 통신이 융합된 미래 산업의 집약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로봇 전략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던 것처럼 핵심 부품 국산화와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을 국가 전략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정부는 테스트베드와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실증 기회를 넓히고 공공 조달을 통해 초기 시장을 열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범용 저가 시장에서 중국과 정면 승부보다, 고성능 산업용·전문 서비스용 로봇과 프리미엄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차별화해야 한다. AI 반도체, 고밀도 배터리, 정밀 감속기 등 전략 부품에 대한 세제 지원과 R&D 투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구조를 정착시키고 로봇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로봇 운영·감독·유지보수 등 새로운 직무를 체계화해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과 공존 모델에 대한 노사간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 아니라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하는 고급 도구다. 미국이 로봇과 협동하는 재교육을 병행하고 일본이 노동 보완 수단으로 로봇을 활용하듯 우리도 공존 모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현시점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중국의 공세를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강점을 결집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담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위기의식을 넘어 정부와 기업의 실천이 중요한 때이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