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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제목역대 정권에서 실패한 규제 개혁, 이번에는 성공하기를2026-04-23 08:09

정부가 28년 만에 규제개혁 추진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국무총리·민간 공동위원장 체제였던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첫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선제적’ ‘성과 중심’ 개혁,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것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법령에 명시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는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허가와 규정이 필요해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반면 네거티브 체계는 기술 발전의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민간의 창의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 우리나라 규제는 현장의 필요보다 행정 편의에 기초한 경우가 많았고 중복·비효율 구조도 많다. 대표적으로 ‘계단식 규제’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대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규제는 57개에서 183개, 최대 343개까지 급증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비합리적 구조로 혁신과 투자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연구개발 분야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연구자의 85%가 연구 몰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첨단 기술 경쟁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이러한 제약은 치명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메가특구’ 전략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바이오,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초광역 단위의 특구를 조성하고 네거티브 규제와 신속 인허가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규제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를 결합한 패키지 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육성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특히 메가특구는 ‘분산’이 아닌 ‘집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첨단 산업은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클러스터 단위로 경쟁한다. 연구개발, 공급망, 인재가 결합된 집적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광역 단위의 산업 생태계 구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성패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과거에도 규제개혁은 정권 초마다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모두 상징성은 컸지만 성과는 없었다. 부처 간 이해충돌, 정치적 논쟁, 법·제도 정비 지연이 반복되면서 개혁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규제 필요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정부가 지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기업이 허가를 받기 위해 설명하는 구조에서 정부가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로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조정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최고 권력자의 결단 없이는 실행되기 어렵다. 인허가 절차 단축과 행정 간소화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규제 완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투자 결정과 사업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전 주기에 걸친 규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안전, 환경과 직결된 규제는 소홀히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필요와 불필요를 정교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 잠재력 둔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 산업 경쟁 심화라는 삼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개혁은 가장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어떤 산업 정책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규제개혁은 국가 경쟁력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과제다.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실행이 필요하다. 전례 없는 성과를 원한다면 전례 없는 속도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