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이 국제 합의가 됐다. 세계 136개국이 최종 합의하면서 새로운 국제 조세원칙이 마련된 것이다. 2023년부터는 다국적기업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해당 지역에서 세금을 내도록 했다. 각국의 과세 주권을 회복하고, 국가 간에 무분별한 법인세 인하 경쟁도 피하게 됐다. 구글·애플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여러 나라에서 막대한 이윤을 얻으면서도 세율이 낮은 특정국가에 법인을 등록한 뒤 세금을 회피해온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합의안을 보면 연간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상과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기업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매출을 낸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했다. 또한 연결매출액이 연간 7억 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최소한 1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세계 어디에서 사업하더라도 세율 15%를 적용받는다. 앞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국가 간 기업 유치 경쟁이 어려워진다.
디지털세는 당초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을 겨냥했으나 다국적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납세를 회피했던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많은 글로벌 IT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이 가능해진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글로벌 기업도 외국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낸 세금은 국내에서 낼 세금에서 빼줄 계획이라 국내 기업의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다국적기업이 국내에 내는 세금은 늘어나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우리나라의 최저법인세율은 27.5%라 최저법인세율의 영향도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디지털세 과세 원칙과 일정만 합의된 것이다. 2023년부터 시행하려면 매출 귀속 기준 등 세부적인 사안들을 합의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 합의는 끝이 아니라 세무 혁신의 새로운 국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입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한다. 그 가운데 수출액이 30%를 넘는다.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세 원칙을 지키면서도 우리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 추가 협상에 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세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디지털세가 도입되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 등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문가들은 물론 기업들과 긴밀히 논의해 준조세 등 기업 부담 전반을 점검하고 조세 국제화에 맞춰 국내 세정을 효율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해외 세무정보 수집과 확충이 시급해졌다. 다국적기업이 각국에서 납부하고 있는 세금 액수·세율·납부시기 등 세무정보를 확보해야 정확하게 과세할 수 있게 된다. 다국적기업들이 이번 합의를 지지한다지만 국제 납세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조세 회피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다국적기업의 과세만큼이나 해외에서 영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이중과세를 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조세체계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법인세가 낮은 곳에 사업장을 갖췄던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업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전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디지털세 도입에 맞춰 다국적기업 유치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 법인세를 손보고, 복잡한 기업규제의 그물을 걷어내면 이들을 국내에 끌어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