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굴기(崛起)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는 이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생산혁신 분야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BYD와 지리그룹은 이미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도 중국 전기차의 거센 공세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0만대를 돌파하며 대중화 시대에 들어섰지만 상당 부분을 중국산 차량이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약 34%에 달했고 이미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 생산 차량을 비롯해 BYD, 지커(ZEEKR),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짧은 기간 안에 판매를 크게 늘렸으며 지커는 프리미엄 전략, 샤오미는 스마트폰·가전·차량을 연결한 생태계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쟁력이 과거 ‘저가 제품’ 이미지의 단순한 전략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CATL과 BYD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리튬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식 ‘다크팩토리’ 혁명은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커의 닝보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대규모 무인 자동화 시스템과 AI 기반 공정 제어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은 단순 제조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와 AI가 결합된 첨단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숙련 노동력보다 데이터 처리 능력, 알고리즘, 자동화 기술, 소프트웨어 역량이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존 생산 인프라와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 속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 심화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자국 전기차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국 산업 보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시장 개방 수준이 높아 산업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AI, 자율주행 분야의 초격차 기술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차세대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SDV 플랫폼, 자율주행 AI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트윈, 기가프레스 등 생산혁신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략적 산업 보호 정책도 필요하다.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핵심 데이터의 국내 저장 의무화 등 현실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자율주행과 AI 모빌리티 분야의 규제를 혁신하고 배터리, 부품, 충전 인프라, 폐배터리 재활용 등 미래 산업 생태계 전반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 굴기는 자동차 시장 경쟁이 아니라 산업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 대응에 실패하면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우리에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역량과 제조 기술이 있다. 정부와 기업,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패권 경쟁에 전략 대응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