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수명은 이제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 줄기세포(Stem Cell) 기술이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과 장기로 분화해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어 퇴행성·난치성 질환 치료에 혁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유전자 분석 등 ICT 기술과 결합, 예방·예측·맞춤형 치료라는 의료 혁명을 이끌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은 줄기세포 연구의 ‘양대 산맥’이었다. 당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이 앞서가는 듯했으나 2005년 논문 조작 사건으로 신뢰가 무너졌다. 이후 한국은 황우석 사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부 지원 부족, 규제 장벽, 국민적 신뢰 부재라는 삼중고에 묶여 연구가 사실상 중단되고 세계 경쟁에서 뒤처졌다. 반면 일본은 정반대 길을 걸었다.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2006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개발에 성공했고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며 규제를 과감히 완화했다. 2012년 야마나카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했고 일본은 국민적 성원과 기업 투자까지 결집하며 줄기세포 강국으로 도약했다.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1조원 이상을 연구 지원에 투입했으며 교토대 iPS세포연구재단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기업, 국민 기부가 이어지는 ‘R&D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그 결과 일본은 척수 손상 환자 치료, 파킨슨병 임상 성과 등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성취를 내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BCC리서치에 따르면 iPS 세포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34억 달러에서 2028년 52억 달러(약 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정부-산업-학계가 긴밀히 연계된 ‘삼위일체 R&D 생태계’를 기반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기업·국민 삼각 협력 모델로 임상·상용화에 선두주자로 부상하였다. 미국은 NIH·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기금 중심으로 임상시험 38% 차지. 표준화·자동화에 집중하고 있고 블루록 등 기업이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iPS 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 분야에서 세계 최다 논문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 유도만능줄기세포은행(EBiSC)’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 제약사들이 공동 연구하면서 글로벌 표준화도 시도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 의료 패러다임이다. 한국은 ‘잃어버린 20년’을 만회해야 한다. 이제 줄기세포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8일 정부는 ‘난치질환’ 기준을 마련하고 연구자 중심의 혁신기술 개발을 촉진해 환자들이 치료받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다고 했으나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일본처럼 안전성이 확인되면 조기 임상 허가를 내주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우리 R&D 지원 규모는 미국·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 10년 이상의 ‘국가 줄기세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적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황우석 사태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투명한 연구 윤리와 성과를 통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일본처럼 국민 기부와 기업 참여를 이끌어 내는 ‘사회적 지지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ICT와의 융합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은 AI·빅데이터·바이오헬스 ICT 인프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줄기세포와 결합한다면 단순히 뒤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래야만 국민이 12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길을 열고 줄기세포 글로벌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