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알림마당

시사

제목정보통신 강국을 이룬 원동력 ICT기금, 전면 재정립해야2026-09-20 22:35

     대한민국은 산업혁명의 물결에는 늦었지만 정보화 혁명에서는 세계를 선도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정보화의 성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반도체와 스마트폰 산업, 디지털정부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지난 40여년간 국가 ICT 경쟁력을 뒷받침해 온 정보통신기금(ICT기금)이 있었다. ICT기금은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프라 투자와 연구개발을 국가가 뒷받침함으로써 민간 투자 촉진과 산업 생태계를 키워냈다. 1988년 기금이 설치된 이후 1990년대까지 국가통신망 구축과 연구개발, 산업육성, 인력양성, 인터넷 보급, 전자정부 기반 조성에 집중 투자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과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했다. 2000년대에는 SW, 디지털콘텐츠, 모바일 산업을 지원했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정보보호,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에 선제적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AI,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 국가 디지털 전략의 핵심 재원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ICT기금은 존립 자체가 위험한 위기에 처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적자 규모는 올해 4조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부채도 5조 6000억원을 초과한 상황이다. 상당 부분을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미래 투자를 위한 정책기금이 빚으로 연명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합친 ICT기금 규모는 1조 1301억원으로 올해보다 14.8% 줄어든다. 2022년 3조 71억원의 1/3 수준으로 축소된다. 국가 AI 경쟁력과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핵심 재원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구조적이다. 우선 재원 대부분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대가와 방송사업자 분담금에 의존하는 현행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변동성이 큰 일회성 수입이고, 방송 광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실제 방송사 분담금은 올해 계획 기준 1526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방송산업의 위축을 고려하면 결산액은 이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주파수 재할당으로 부담금 수입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음에도 ICT기금 적자는 오히려 확대됐다.
     반면 기금이 부담하는 사업이 당초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 지원 중심에서 AI 인재 양성, 디지털 정책사업, 지역 사업 등 일반회계 사업까지 떠안으면서 본래 목적이 흐려졌다. 여기에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의 기능 중복과 비효율적인 이원 운영, 더욱이 글로벌 플랫폼과 OTT 사업자들이 막대한 트래픽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기금 부담은 전통적인 통신·방송사업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도 최근 기금 평가에서 두 기금의 통합 필요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OTT 사업자와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등을 분담금 징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제 ICT기금은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기금의 목적을 국가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기금으로 명확히 재정립하고 AI, 6G, 반도체, 양자기술, 사이버보안, 디지털 인프라 등 국가 핵심 전략 분야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일반 복지성·지역성 사업이나 부처 고유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해야 한다. 재원 구조도 주파수 할당대가 중심에서 디지털 생태계의 수혜자들이 책임을 분담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외 OTT와 글로벌 플랫폼, 스트리밍 사업자 등도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금 운용에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정치적·단기적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ICT 전략에 따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