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류 현장 확산, 국내 산학연관 협력 가속
“일할 수 없는 로봇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존재가 아니라 산업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2월 11일 열린 ‘국방 AI 혁신 네트워크’ 세미나에서 한재권 한양대학교 교수 겸 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피지컬(Physical) AI’를 두고 설명한 말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진정한 피지컬 AI라 부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직접 행동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로봇 등을 통해 실제 공정을 움직이는 것으로, 제조·물류·국방 등 산업 전반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실제로 국내외 제조·물류 현장을 살펴보면 AI와 로봇의 결합, 피지컬 AI 등을 통해 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로봇과 AI의 결합이 인간 노동의 반복적이고 위험한 요소를 대체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효율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에서 AI 에이전트는 전체 업무 시간의 약 44%에 해당하는 비물리적 작업을, 로봇은 약 13%에 해당하는 물리적 작업을 각각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맥킨지는 이러한 요소가 결합된 피지컬 AI 기반 협업 구조가 2030년까지 연간 최대 2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지컬 AI가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잇단 발언이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CES에서 “로보틱스 분야에도 ‘챗GPT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이는 로봇이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뇌’를 갖춰가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AMD 리사 수 CEO 역시 피지컬 AI를 두고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자율 기계를 가능케 하는 다음 빅 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피지컬 AI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서비콘 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피지컬 AI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7억 8,000만 달러에서 2034년 679억 1,000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당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33.49%에 달한다. AI 로보틱스 시장 역시 유사한 성장 흐름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AI 로보틱스 시장 규모가 2030년 64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 명확한 시장 규모 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개발(R&D)과 연합체 구성, 정책 사업이 잇따르면서 산업화 초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산학연 원팀 가동…피지컬 AI 생태계 본격 시동 이런 분위기 속에 관련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체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먼저 NC AI는 ‘K-피지컬AI 얼라이언스’ 컨소시엄을 2 11일 공개했다. 산학연과 수요기업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통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동시에 견인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르면 컨소시엄에는 총 53개 기관이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 피지컬 AI 기술 기업과 대학·정부출연연 등 15개 공동 연구기관, 호남·대경·동남·전북 등 4대 권역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38개 수요기관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주관사인 NC AI를 중심으로 리얼월드와 물류 자동화 양산 경험을 갖춘 씨메스가 RFM 분과에 참여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엔닷라이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은 로봇 플랫폼과 휴먼 데이터, 영상 아카이브, 3D 에셋, 데이터 아키텍처를 결합해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를 공급한다. KAIST·GIST·서울대·고려대 등 학계도 3D 메모리, 통합 행동공간, 자가 검증, 물리량 추론 기술로 참여한다. 개발된 기술은 삼성SDS가 운영하는 제조 현장, 이커머스 물류센터 등에서 실증하고 실패 데이터를 재학습에 반영하는 구조로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NC AI 측은 “컨소시엄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이 연구실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피지컬AI협회의 경우 110여 개 회원사를 기반으로 산업 공급망 정비와 정책 제안,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데이터 팩토리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아 표준화된 고품질 데이터 생산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 특화형 ‘피지컬 AI 챌린지’ 대회 개최와 시뮬레이터 기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 적용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마음AI 손병희 연구소장은 2월 2일 열렸던 ‘2026 한국피지컬AI협회 신년하례회’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의 학습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한 기업이 할 수 없다. 현장을 가진 기업, 기술을 가진 기업, 표준과 연결을 담당하는 연구소와 협회, 정부 기관이 원팀이 돼야 한다”며 “AI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니라 AI가 산업 속에서 계속 배우는 나라,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대한민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G3’ 전략 축으로 떠오른 피지컬 AI 정부에서도 ‘AI G3’ 달성을 위해 피지컬 AI를 핵심 전략 과제로 규정하고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주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얼라이언스는 기술‧솔루션‧거버넌스‧인재‧글로벌 협력 등 5대 생태계 분과와 ADV(AI Defined Vehicle)‧완전자율로봇‧주력산업(조선·방산·제조)‧웰니스테크‧AI 컴퓨팅 자원 등 5대 도메인 분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피지컬 AI 산업 확산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목표다. 피지컬 AI 기반 제조혁신 확산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경남에서 피지컬 AI 사전 검증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 제조 경쟁력 강화 방안을 2월 8일 논의했다. 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현장 실증을 진행했으며 2026년 상반기부터 ‘경남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 공정 자동화를 넘어 현장의 물리적 특성과 숙련자의 노하우를 AI 모델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북에서도 피지컬 AI 사전 검증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피지컬 AI 기반 제조혁신 확산 방안과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인 지역 AX 사업 추진 전략을 지난 1월 26일 논의했다. 특히 전북대(제조)와 한국과학기술원(물류)에 실증 연구실(실증랩)을 구축하고 공정·장비·데이터 기반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이와 관련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지컬 AI 실증 현장을 직접 보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단순 연구실 실험 수준이 아닌 실제 제조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현장 중심의 피지컬 AI가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며 “피지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어떤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 위에서 AI를 작동시키느냐의 문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사람의 동작을 이미테이션 러닝하고 시뮬레이터에서 학습한 것이 실제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해야 비로소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며 “단순히 정밀도를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힘 조절 등 물리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보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컴퓨터월드, 2026. 3.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