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자동화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전기가 100년 만에 인공지능(AI) 혁명시대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재부상하고 있다. AI 혁명시대에 핵심인 AI와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과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기가 풍족했던 선진국에서조차 전기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도 사진, 영상, 문서 등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많은 전력이 들어간다. GPT-3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에는 1287㎿h에 이르는 전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정 약 460가구가 1년 내내 쓰는 소비량과 같은 규모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생산 시설도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에서 1700만대가 넘는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4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차량의 61%에 달하는 7300만대로 전망한다.
미국에선 전기차 1대의 전기 소비량이 일반 가정의 절반 정도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전기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2022년 130TWh에서 2030년에는 3배인 390TWh로 한다고 전망한다. 미국 가정의 4000만 가구가 쓰는 전기 수요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기난을 극복하는 대책 마련에 크게 고심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어주, 영국 런던,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한시적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들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1·2차 세계대전 때와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난 2010년대 초반에 석유를 얻기 위해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각축을 했다. 이제 또다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중동·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가 1.2GW 규모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의 전력 업체들이 앞으로 15년 동안 가스발전소 수십 개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작년 미국 석유·가스 기업이 인수·합병(M&A)에 투자한 금액만 2340억 달러(약 320조원)에 달한다.
유럽 또한 같다. 화석연료 퇴출에 앞장섰던 영국, 독일마저도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영국은 지난 3월 5GW(기가와트) 이상 신규 가스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도 지난 2월 160억유로(약 23조 6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투입해 가스발전소 15~20기(10GW)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내세워 국가 차원에서 화석 연료부터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까지 휩쓸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업체들은 최근 진행된 5건의 이라크 석유·가스전 입찰을 모두 따냈다. 중국은 태양광 제품 밸류체인의 80~90%를 장악했고, 세계 풍력 터빈 생산에선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철강·석유화학과 AI와 전기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크다. 이들은 365일, 24시간 동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산업들이다. AI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곧 충분한 전기 확보가 바탕이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에 26조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전력망을 구축 못 하면 소용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산업 경쟁력이 에너지 정책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 선로가 없어 동해안의 대형·신규 화력 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추고 데이터센터를 못 짓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계획조차 못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혁명시대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 학계가 합심해서 AI 혁명시대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해 필요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온 국민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