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주 12일 청와대 ‘미래 성장 동력 7대 시드(SEED, 씨앗) 보고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 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등 7대 첨단기술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7대 SEED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에 이어 10~20년 후 새로운 국가 전략자산으로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현재의 성장동력이라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에 지금부터 씨앗을 뿌리는 생존전략이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를 서로 연결해 기존 주력산업에서 창출한 자본과 기술을 미래산업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실행력과 성과 달성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신성장동력’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단기 성과가 없으면 유야무야 됐다. 10~20년이 걸리는 첨단기술은 1~2년의 성과평가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정부는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장기 R&D 투자체계를 확립하고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투자형 R&D’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응용기술의 뿌리인 기초과학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양자, 핵융합, 첨단바이오 같은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연구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대학과 출연연의 안정적인 연구비 확대, 단기 연구논문·과제 실적보다 장기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지원방식도 바꿔야 한다. 기술은 결국 사람의 경쟁력이다. 인재양성은 더욱 절실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와 엔지니어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7대 SEED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학생이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로 진출하도록 처우와 연구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해외 석학과 핵심 인재 유치와 기업·대학·출연연이 인재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연구체계가 절실하다. 노동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모든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첨단 연구개발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특히 핵융합 실험, 신약개발, 우주·항공 시험, 반도체·양자 연구처럼 장기간 집중적인 연구와 특정 시점의 연속 실험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맞추기 어렵다. 현행 제도에도 특별연장근로 등 제한적인 예외가 있지만 국가 전략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예외로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제한적인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자율적 선택, 노사 간 합의, 충분한 휴식과 건강보호 등을 전제로 국가전략기술의 R&D에 한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계 각국과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면서 우리만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연구의 질과 속도를 떨어뜨려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 규제혁파도 성공의 핵심이다.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실증과 인허가, 시장진입 단계에서 규제에 막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실증·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살펴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찾아내야 한다. 사전규제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생명·환경 등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명확하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는 안전기준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명확하게 세우되, 불필요한 행정절차와 중복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회성 특례가 아닌 실증 결과를 축적하는 제도로, 연구자는 연구를, 기업은 실증을,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