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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제목중국 반도체 도약, 우리에겐 더 큰 위협이다2026-08-24 21:55

     중국 반도체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용화는 어렵고 첨단 공정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상하이 증시 상장 직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체 침지형 DUV(심자외선) 노광장비까지 생산한다. 이는 중국 반도체 굴기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며 이제는 중국을 반도체 후발주자로만 볼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기술 제재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는 계기와 자립을 앞당기는 ‘제재의 역설’이 됐다. 엔비디아 AI 칩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체 AI 칩과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수백조원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기업, 민간 빅테크를 하나의 목표 아래 설계와 생산, 장비와 소재, 패키징, AI SW를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원팀 전략’을 추진했다.
     최근 중국은 ASML의 EUV 장비에는 못미치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DUV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했다. 화웨이의 AI 칩, SMIC의 파운드리, CXMT의 D램, YMTC의 낸드플래시, 딥시크와 즈푸AI 등 생성형 AI 기업들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 AI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고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아직 중국은 한국과 미국, 대만과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HBM의 수율과 적층기술, 고객 인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당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추격 속도다. 철강과 조선, 디스플레이, 배터리, 태양광 산업에서도 우리는 기술 우위였지만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정부 지원, 거대한 내수 시장으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또 다른 위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AI 메모리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용 메모리에서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차세대 기술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진다. 기술 초격차 역시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뒷받침될 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쟁 환경의 차이도 우려된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과 신속한 투자로 산업을 키우지만 우리는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 인재 부족, 전력과 용수 등 산업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리고 정치 논리가 산업 논리를 앞선다면 글로벌 경쟁이 어렵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정부는 정권과 관계없이 장기적, 일관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용인과 호남 국가반도체클러스터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며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 해외 우수 인재도 유치해야 한다. 전력과 용수, 연구개발 투자, 세제 지원, 인허가, 규제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도 메모리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등 미래 시장을 선도할 기술에 과감한 선행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AI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단순한 메모리 공급업체를 넘어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 기술 초격차는 개별 제품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은 국가 간 총력전이다. 중국의 반도체 도약은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철강과 조선,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겪었던 경험을 반도체에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국가적 차원에서 초격차 기술과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우리 반도체의 미래와 국가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다((재)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원장 석호익 拜).